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소년과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두 여자의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된
나를 찾아가는 여행! 성장 로드무비 <바다>
(감독: 윤태식, 제작: 효린필름, 배급: ㈜마운틴픽쳐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세 남녀가 우연한 동행을 시작하면서
각자의 지향점인 바다를 향하여 함께 여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경쾌하게 그린
성장로드무비 <바다>

나를 찾아가는 여행, 당신도 함께 갈래요?
눈으로 세상을 볼 수는 없지만 보이지 않는 세상을 마음으로 바라보는 소년 태성은
어느 날,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려다 격한 감정으로 운전을 하던 진이의 차에 치이게 된다.
놀란 진이는 병원에 데려가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태성은 병원 행을 마다하고 목적지까지 태워달라고만 한다.
함께 떠나려는 진이와 태성이 탄 차 앞으로 갑자기 뛰어든 수희!
삶에 절망해 자살하려던 헤비급 복서 수희는 다행히 목숨을 건지고 그들의 여행에 합류하게 된다.
우연히 모인 세 사람은 모두 한번도 ‘바다’에 가본적이 없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함께
‘바다’로 향하는 여행을 떠나기로 하는데…

어딘가 조금 부족하지만 사랑스러운
그들의 좌충우돌 여행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지난 2010년 전주국제영화제 한국 장편경쟁에서 먼저 만난 영화 <바다>
관객평론가 현솔잎님의 리뷰를 소개드립니다.

헤비급 복서인 수희(고수희)는 뚱뚱한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스무 살의 태성(전지환)은 맹인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우리만큼 정확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다. 진이(김진이)는 남자친구에게 임신했다고 말하려 하지만 쉽지가 않다. 홧김에 룸살롱에서 같이 일하는 한나의 고물차를 훔쳐 떠난 진이. 그런데, 바로 그 차에 앞을 보지 못하는 태성이 치인다. 설상가상으로 수희까지 진이의 차에 뛰어들면서 세 사람의 이상한 동행이 시작된다. 각자 지독한 문제들을 껴안고 있는 외로운 세 사람은 우연히 서로의 삶에 개입하면서 마음 한 구석에 있는 텅 빈 자리를 조금씩 채워간다.

윤태식 감독은 그 빈 자리를 채워가는 과정을 바다로 향하는 여정으로 그린다.

진이는 한 번도 바다에 가 본 적이 없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둔 수희 역시 바다에 가 본 적이 없다. 앞을 보지 못하는 태성도 바다에 가 본 적이 없다. 그런 그들에게 바다는 유일한 지향점이다. 온전히 내 몫으로 남겨진 현실의 문제들은 누구나 도피처를 꿈꾸도록 만든다. 그 도피처가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장소라면, 더욱 큰 기대를 품을 수 있다. 자유롭게 상상해 볼 수 있기에. 고물차에 몸을 싣고 여행을 떠난 세 사람. 이들에게 바다는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의 상징이자, 한 번도 가 본 적 없어서 더욱 새롭고 낯선 세계다.

 
그러나 현실은 질기다. 바다로 향하려는 세 사람의 발목을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잘생긴 코치를 짝사랑해서 복싱을 시작한 수희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세계 챔피언 타이틀이 아니라 뚱뚱하고 거대한 몸매다. 그것 때문에 자신이 없어서 고백도 못한다. 이름 모를 발작을 수시로 일으키는 태성은 사실 며칠 내로 수술을 받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진이는 입덧 때문에 라면 한 젓가락도 못 삼키고 남자친구와는 연락조차 잘 되지 않는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와 마음을 짓누르는 상처는 몇 번이고 차를 돌려 제자리로 돌아오게 만든다. 
 

돌아온 제자리에는 여전히 문제들이 남아 있다. 해결하지 않았으니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러나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 진이의 따귀를 때리려는 남자친구의 팔을 막아주고 복서의 주먹으로 통쾌한 복수를 해 주는 건 수희다. 외모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죽을 것만 같은 수희에게 태성은 “누나가 부럽다”고 말한다. 그리고 태성이 형들에게 쫓길 때 진이와 수희는 온 몸을 내던져 함께 싸운다. 그들은 삶이라는 이름의 어둡고 외로운 터널 속에서 결코 혼자가 아니다. 그들은 서로에게 “넌 왜 그렇게 사니?” 라고 묻지 않는다. 대신, 손을 잡아 서로를 이끌고 산 위에서 함께 소리친다. 그 순간 삶은 세 사람에게 격려의 메아리를 보내준다. 넌 혼자가 아니니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바로 그 메아리를 듣고 세 사람은 자신들의 문제에 과감히 부딪치기 시작한다. 수희는 평소에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던 화장을 하고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퇴짜맞을지언정 짝사랑 상대인 코치에게 마음을 전한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스스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용기 있는 시도는 그 자체 만으로도 소중한 의미를 갖는다. 삶이란 전적으로 자신의 몫임을 인식하고, 의미 있는 생(生)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려는 의지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윤태식 감독은 따뜻한 시선으로 세 명의 주인공을 지켜본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다지 영리하지 못한 그들의 삶을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다. 대신 서로 다른 색깔의 상처와 슬픔을 가진 이들이, 바다로 향하는 여정 속에서 어떻게 서로에게 가만히 스며드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세 사람을 아름답고 완벽한 일행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것은 그런 시선 때문이다. 관객이 진이, 태성, 수희의 이상한 동행에 스며들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마치 까만 먹물이 아름다운 선을 따라 새하얀 종이 위에 스며들듯이.

 

영화 <바다>에는 보는 재미가 쏠쏠한 장면들이 가득하다.

수희가 강도 2명을 제압하는 격투 신을 트럭 아래로 보이는 신발의 움직임만으로 표현한 장면, 태성의 큰 형이 지닌 트라우마를 수중 실루엣으로 나타낸 장면 등은 윤태식 감독의 세련된 연출감각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특히 세 사람이 우여곡절 끝에 바다에 도착한 장면이 압권이다. 세 명의 주인공이 왜 그토록 바다에 가고 싶어했는지를 호쾌한 스케일로 보여준다. 윤태식 감독의 말에 따르면, 폭풍 전야와 빠듯한 촬영 스케줄 속에서 단 하루 ‘하늘이 허락한 바다’ 였다고 하니 기대해도 좋다. 세 사람의 행로에 따라서 다채로운 느낌으로 들려오는 배경음악도 귀 기울일 만 하다.

  바다로 가는 여행이건, 삶이라는 이름의 길고 막막한 여행이건 동행이 있다면 그 길은 훨씬 수월할 것이다. 자신만의 바다도 좋지만 함께 찾아가는 바다라면 더 좋지 않겠나. 혼자 감당해야만 하는 인생, 힘들 때 손 잡아 줄 누군가가 있으면 덜 힘들지 않을까. 하나보다 둘이, 둘보다 셋이 덜 외롭고 더 든든하다. 곁에서 어깨를 맞대고 서 줄 사람이 있다면 참을 수 없이 무거운 삶의 문제도 한 번 부딪쳐 볼 용기가 난다. 영화 <바다>는 함께 있다면 바다가 아니라 지구 끝까지도 갈 수 있다는, 바로 그 뻔한 진실에 대한 찬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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