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뉴 웨이브의 거장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를 전주에서 만난다!

전주국제영화제는 그 동안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글라우버 로샤, 소마이 신지, 리트윅 가탁, 피터 왓킨스, 벨라 타르 등 전 세계 거장 감독들의 회고전을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 그들의 작품을 소개해 왔다. 이제 10회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는 2008년, 17년간의 긴 침묵을 깨고 발표한 영화 <안나와의 나흘 밤 Four Nights with Anna>로 전 세계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귀환한 폴란드 출신의 거장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의 회고전을 개최한다.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은 세계 영화사에서 가장 독창적인 감독 중 한 명이자, 모더니즘 이후 최고의 유럽감독 중 한 명으로 평가 받는다. 이 회고전에는 1960년부터 2008년까지 그가 연출한 22편의 영화 중 엄선한 대표작 9편과 영화감독과 화가로서의 그의 철학과 인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1편이 소개될 것이다.

1938년에 폴란드에서 태어난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은 1960년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물속의 칼>의 공동 각본가로 영화인생을 시작한 이후, 1960대에 발표한 <부전승 Walkover>, <장벽 Barrier>, <출발 Le Depart> 등을 통해 동유럽 뉴웨이브를 이끌 새로운 감독으로 국제영화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1967년 작품 <손들어! Hands Up!>가 반(反)스탈린주의를 담고 있다는 이유로 폴란드에서 상영금지 되면서, 그는 영국, 독일, 미국 등을 떠돌며 영화를 연출하기 시작했다. 조국을 떠나 1970년대에서 1981년 사이에 연출한 <딥 엔드 Deep End>, <외침 The Shout>, <문라이팅 Moonlighting>은 국제영화계에서 그의 명성을 더욱 굳건히 했다. 그러나 그는 비톨트 곰브로비치의 원작을 각색한 1991년 작품 <페르디두르케 Ferdydurke>를 마지막으로 감독으로서의 활동을 중단한다. 그리고 미국에 정착하면서 전업화가와 영화배우로서의 삶을 함께 살아왔다. 최근에는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이스턴 프라미스 Eastern Promises>에서 안나(나오미 왓츠)의 삼촌 스테판 역으로 출연해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2006년, 40여 년 만에 자신의 조국으로 돌아간 그는 2008년 칸영화제 감독주간에서 공개된 신작 <안나와의 나흘 밤>을 통해 전세계 평론가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며 국제영화계에 화려하게 귀환했다.
 

스콜리모프스키가 활발히 작품 활동을 했던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전세계의 영화평론가들과 장 뤽 고다르를 비롯한 당시 최고의 감독들은 그의 영화를 지지했고, 장 피에르 레오, 제레미 아이언스 같은 당시 최고의 배우들은 그의 영화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은 아직까지 그 성취에 걸맞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가 오래도록 자신의 조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살면서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그는 “폴란드 감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오랫동안 폴란드를 떠나 영화를 만들었지만 - 그런 까닭에 일부 평자들은 그를 "폴란드 출신의 국제적 감독"이라 부르기도 한다 - 정작 그의 중요한 영화들은 항상 폴란드의 현실과 맞닿아 있었다. 한편으로는 그의 영화들이 여러 영화제에 그리 많이 소개되지 못한 점도 그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이유다.

본 회고전에서는 2008년 신작 <안나와의 나흘 밤>, 1960년대 폴란드에서 제작된 대표작 3편과 1970년에서 1980년 초에 영국과 독일에서 제작된 대표작 3편, 그의 1991년 전업화가의 길로 들어서기 직전에 만들었던 영화 <페르디두르케>를 비롯해, 영화감독과 화가 그리고 시인으로서의 그의 철학과 영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Against the Clock: Skolomowski, Filmmaker, Painter, Poet>가 상영될 예정이다. 이 10편의 영화는 직선적인 내러티브와 영화의 장르적 규칙을 거부하고 리얼리즘과 비(非)리얼리즘, 주류와 아방가르드 사이를 오가며 예술적 가치를 위해 어떤 타협도 하지 않았던 그의 독창적인 영화 세계를 보여줄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중에(5월 5일) 71세 생일을 맞는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은 본 회고전을 위해 전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또한 전주국제영화제는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에 관한 주요 글들을 모아 그의 영화세계를 담은 책자를 영화제 기간에 발간할 예정이다.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Jerzy Skolimowski) 

1938년 폴란드 우쯔(Lodz) 출생. 바르샤바 대학교(University of Warsaw)에서 인류학, 역사, 문학을 전공했으며, 20대 초에 이미 단편소설을 쓰고 시집을 낸 작가이자 권투선수였다. 1960년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물속의 칼>의 공동 각본가로 영화인생을 시작한 그는, 우쯔국립영화학교(Polish National Film School in Lodz)에 입학한다. 이후 <신원 미상 Identification Marks: None>(1964)으로 극영화에 데뷔했으며, <낙승 Walkover>(1965), <장벽 Barrier>(1966), <딥 엔드 Deep End>(1970) 등의 작품을 연이어 발표했다. 자전적인 경향과 함께 전후 폴란드 젊은이들의 정체성 부재와 세대 갈등을 잘 드러내 주목 받은 그는 반스탈린주의적 성향 때문에 <손들어! Hands Up!>(1967)가 자국에서 상영금지 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이후 제작한 <출발 Le Depart>(1967)의 베를린영화제 금곰상 수상과 <문라이팅 Moonlighting>(1982)의 흥행 성공으로 명성을 얻었다. 1991년 이후 전업화가로 활동하던 중 2008년 <안나와의 나흘 밤 Four Nights with Anna>을 내놓았으며, 여전히 동시대 감독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최고의 동유럽 영화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9 전주국제영화제 “회고전 :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상영작:


부전승 Walkover
POLAND | 1965 | 78MIN | 35MM | B&W
DIR_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JERZY SKOLIMOWSKI
가난하고 나이든 앤드류는 젊은 복서들만이 나갈 수 있는 경기에서 파이널 라운드까지 진출하지만, 정작 강력한 우승 후보인 상대 복서는 경기에 나타나지 않는다. 마치 주술에 홀린 듯“아직 그렇게 늦지 않았다”라는 환청을 듣는 늙은 복서의 모습에서 늙어감에 대한 두려움이 초현실적으로 드러난다.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의 초기작으로 주인공을 끈질기게 따라가는 롱테이크 기법이 돋보이며, 1966년 프랑스의 영화전문지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선정한 걸작 10편에 선정되기도 했다.

 

장벽 Barrier
POLAND | 1966 | 83MIN | 35MM | B&W
DIR_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JERZY SKOLIMOWSKI
네 명의 의대생들이 자신들의 저금통을 걸고 게임 중이다. 게임의 승자는 불현듯 저금통을 들고 이름 모를 도시를 떠돌며 퇴역군인인 아버지와 아름다운 여자 전차운전수 등 다채로운 사람들을 만나는데···. 갑작스러운 장면 전환과 기괴한 사건의 병렬로 초현실적인 느낌을 풍기는 작품으로 감독의 초기작 중 가장 갈채 받았다. 아버지와의 대화 실패 후, 장벽을 오르지 못한 채 떨어지고 마는 주인공의 모습은 전쟁으로 인해 깊어진 세대 간의 단절과 살쪄서 날지 못하는 거위 마냥 야망을 잃어버린 젊은 세대의 현실과 허황된 이상을 떠오르게 한다.

 

출발 Le Depart
BELGIUM|1967|90MIN|35MM|B&W
DIR_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JERZY SKOLIMOWSKI
브뤼쉘에서 이발사 견습생으로 일하고 있는 마크. 레이서가 되고 싶어 한 시합에 참가신청을 하지만, 정작 시합에 필요한 차가 없다. 결국 그는 사장의 포르쉐를 몰 생각에 사로잡히는데···. 감독이 벨기에 자본으로 서유럽에서 처음 만든 이 영화는 프랑스 누벨바그의 대표적인 인물, 장 피에르 레오가 주인공 마크 역을 맡아 더욱 주목 받았다.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갈등하는 소년의 모습을 유쾌하게 다룬 성장 영화로, 대사 대신 작곡가 크쥐시토프 코메다의 음악으로 사건을 표현해낸 감독의 실험성이 돋보인다.
*1967 베를린영화제 금곰상



손들어! Hands Up!
FRANCE, POLAND | 1967 | 72MIN | 35MM | B&W
DIR_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JERZY SKOLIMOWSKI
5명의 대학 동창생들이 화물열차 안에서 파티를 연다. 술에 만취한 그들은 자신들이 대학생이었던 스탈린 집권 시절을 회상하는 한편 세상에 환멸을 느낀 듯 그들만의 연극을 꾸민다. 촛불이 가득한 화물칸 안에서 서로를 죽이려고 하다가도 미친 듯이 웃고 떠드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폴란드의 연출가 타데우즈 칸토르의 실험극을 떠오르게 한다. 1967년 당시 반스탈린주의적 성향 때문에 오랫동안 폴란드에서 상영금지 당했던 이 문제작은 1981년 감독에 의해 재편집돼 개봉되었다.
 


딥 엔드 Deep End
UK | 1970 | 88MIN | 35MM B&W
DIR_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JERZY SKOLIMOWSKI
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막 런던 교외의 목욕탕에서 안내원으로 일하게 된 15살 소년 마이크는 연상의 매력적이고 자유분방한 안내원 수잔을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호감은 곧 집착이 되고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낳는다. 소년을 성적으로 괴롭히는 여성 고객과 풀장 안에서 헤엄치는 발가벗은 여인, 그리고 길거리의 창녀까지, 가난하고 미성숙한 소년의 눈에 비친 런던은 색정적이다 못해 기괴하기까지 하다. 사춘기 소년의 광기 어린 사랑과 좌절을 통해 스콜리모프스키 특유의 페이소스와 냉철함이 돋보이는 한 편의 성장 영화.



외침 The Shout
UK | 1978 | 86MIN | 35MM | COLOR
DIR_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JERZY SKOLIMOWSKI
데번에 사는 부부, 안소니와 레이첼은 클로슬리라는 이상한 여행객을 만난다. 크로슬리는 사람을 죽일 수 있는‘치명적인 외침’인 호주 원주민들의 샤머니즘을 알려주고, 이로 인해 평범했던 부부의 삶은 끔찍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로버트 그레이브의 짧은 소설을 기반으로 한 이 영화는 70년대 만들어진 초현실주의 스릴러 <위커맨>이나 <돈 룩 나우>와 같은 영화들과 맥을 같이 한다. 독특한 내러티브와 전례 없는 사운드 효과로 1970년대 후반 영국 공포영화의 초석이 된 작품. *1978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문라이팅 Moonlighting
UK, WEST GERMANY | 1982 | 97MIN | DIGIBETA | COLOR
DIR_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JERZY SKOLIMOWSKI
1981년 겨울, 폴란드 전기기사 노박은 사장의 집을 수리하기 위해 세 명의 인부를 이끌고 런던에 밀입국한다. 그러나 이들이 런던에 머무는 동안 폴란드에서 군사혁명이 일어나고, 설상가상으로 생활비마저 떨어져 어려움에 처한다. 당시 폴란드의 현실과 노동자들의 애환을 보여주는 동시에 날카로운 비판적 시선과 페이소스를 잃지 않은 블랙코미디. 제레미 아이언스가 연기한 주인공 노박의 모습은 자본주의라는 신세계에서 방향을 잃고 헤맸던 80년대 폴란드의 자화상과도 같다.
*1982 칸영화제 각본상




페르디두르케 Ferdydurke
UK | 1991 | 98MIN | 35MM | COLOR
DIR_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JERZY SKOLIMOWSKI
폴란드‘모더니즘 3대 거장’중 한 명인 비톨트 곰브로비치의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 서른 살의 작가인 주인공은 어느 날 핌코라는 교수에 의해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게 된다. 어른의 사고력을 지녔음에도 미성숙한 존재로 취급 받는 주인공을 통해 기성세계의 기만과 폭력성을 고발하는 이 작품은 거장의 소설을 현대적 감각으로 그려내고자 한 감독의 시도가 돋보인 작품이다. 성공한 연극배우로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이아인 글렌의 젊은 시절 연기를 볼 수 있다.



안나와의 나흘 밤 Four Nights with Anna
POLAND, FRANCE | 2008 | 87MIN | 35MM | COLOR
DIR_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JERZY SKOLIMOWSKI
폴란드의 변두리 마을, 간호사 안나를 사랑하는 레온은 매일 밤낮으로 그녀를 엿본다. 어느 날 밤, 그는 좀 더 가까이에서 그녀를 보고자 남몰래 안나의 방으로 들어가는데···. 주인공 레온의 대담하면서도 불안한 심리를 침착하게 따라가는 이 작품은 1991년 이후 전업화가로 돌아섰던 감독이17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감독은 괴상하지만 헌신적인 레온의 사랑을 담담하게 묘사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단절과 현대사회의 비정함을 돌아보게 만든다.



영화감독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Against the Clock: Skolimowski, Filmmaker, Painter, Poet
FRANCE | 2003 | 52MIN | DIGIBETA | COLOR+B&W
DIR_ 다미앙 베르트랑 DAMIEN BERTRAND
영화평론가였던 베르트랑 감독의 첫 번째 TV 다큐멘터리.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의 영화와 그림, 시 등 전반적인 예술세계를 소개하고 있으며 감독의 인터뷰도 삽입되어 있다. 긴 떠돌이 생활과 오랜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동유럽을 대표하는 노장 감독의 예술에 대한 시들지 않는 열정과 고뇌를 충실하게 드러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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