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전주국제영화제 공식블로그 JIFF 2016.03.22 15:33

Archiving_Jeonju IFF > 수상한 그들 > (4호) 전주국제영화제 열한 번째, 그 영예의 주인공들

 

 

 

 

 

 

2016년 현재 이슬람은 누구인가. 튀니지를 제외하면 ‘아랍의 봄’은 거의 좌절됐고, 빈 라덴 대신 알 바그다디가 등장했으며 성공적이라고 믿었던 서유럽의 다문화 국가들에서 마저 반(反)무슬림 정서가 활개치고 있다. 유럽의 언론들은 무슬림 난민들이 유럽에서 공공질서를 어지럽히는 사진들을 ‘사명감’에 가득찬 채로 전면에 게재하고 있다.

 

미국의 네오콘 마이클 프렐은 <언도도그마>라는 책을 통해 “약자라고 해서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 인식을 비판한 바 있다. 그가 보기에 그건 완전한 착각이다. 그의 비판은 약자를 위한 각종 복지와 ‘어퍼머티브 액션’들이 잘못됐다고 보는 네오콘의 정치적 지향의 훌륭한 지침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미국의 보수 지식인은 언더도그마로 자기의 정치적 반대편을 도와주었다. 물론 그는 의도하지 않았을 테다.

 

그의 말대로, 약자라고 해서 선하지는 않다. 다만 그들은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한다. 그들은 선해서가 아니라 약하기 때문에 보호해야 한다. 그러니까 무슬림 난민들이 유럽에서 쓰레기를 투척하고 여자들을 성폭행하는 건, 언더도그마에 의하면 모순적이지 않다. 유럽과 미국의 보수언론이 무슬림들의 비행을 ‘특별히’ 강하게 비판하는 건, 이 언더도그마에 의해 반박된다는 이야기다. 약자가 선하지 않다면, 더 선하라고 기대해서도 안 된다. 언더도그마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실상 가장 강한 언더도그마에 사로잡힌 셈이다.

 

11회 수상작의 주인공들은 사회적 약자가 많다. 해직 노동자, 빈민촌의 아이들, 경제적 약자가 그들이다. 이 영화들에서 약자들은 선하지 않다. 그들 중 몇몇은 비열하고, 범죄를 저지르며, 다른 약자를 착취한다. 그러나 이 영화들은 언도도그마보다 훨씬 더 나아가며, 뛰어난 성찰을 보여준다. 약자도 그저 같은 인간임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들이 악에 어떻게 이끌리는 지를 보여주며 어째서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지 그 사회적 맥락의 총체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석상

 

 

수사

Susa

루수단 피르벨리(Rusudan Pirveli), GEORGIA,  2010

 

<수사>는 여러모로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독일영년>을 떠올리게 한다. 그루지야 도시 근교에 사는 12살 소년 수사는 하루 먹고 살기 바쁘다. 재구실을 못하는 어른들과, 삶과 투쟁하는 아이. 카메라는 수사를 좇으며 네오리얼리즘의 방식으로 그루지야 사회의 모습을 담는다. <독일영년>의 아이에게 아버지가 중요한 문제였듯이, 수사에게도 아버지는 중요한 문제다. 수사의 유일한 희망은 아버지가 돌아오면 대도시로 떠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수사의 희망이 현실로 실현될 지는 두고볼 일이다.

 

 

 

심사위원 특별상

 

 

고추잠자리

Red Dragonflies

랴오 지에카이(Liao Jiekai), SINGAPORE, 2010

 

영화는 싱가포르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이야기다. 뉴욕에서 막 귀국한 화가 레이첼은 티엔, 쥔지에와 함께 시골마을의 길을 따라 무작정 걸었던 짧은 여행을 회상한다. 카메라는 레이첼의 현재와 과거를 전경으로 삼아 싱가포르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준다. 인공건축물로 대체된 한때 푸르렀던 싱가포르의 숲. 아득한 과거를 떠올리는 레이첼을 보며, 같은 고도성장을 겪은 한국의 성인 관객들도 감정적 공명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JJ-Satar상

 

 

레인보우

Passerby #3
신수원(Shin Su-won), KOREA,  2010 
 

영화가 공방에서 혼자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영화감독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법한 상상일 것이다. 영화를 찍기 위해선 많은 사람과 돈이 필요하고, 이는 사람이 살면서 가장 얻기 힘든 두 가지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이 영화는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다. 직장을 그만두고 장편영화 제작에 몰두하는 아내이자 어머니인 주인공. 영화에 침잠하는 사이 인간관계는 점점 파괴되고 가족들과 점점 멀어지면서, 주인공은 자기가 무엇을 찍고 싶었는지 조차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영화는 이 수난을 고통스럽게 다루지 않는다. 이는 음악과 판타지를 통해 시종일관 유쾌하게 다뤄진다. <레인보우>는 창작자의 고통스런 통과의례를 통과하는 하나의 태도다. 채플린의 변주. 클로즈업 쇼트는 비극이고, 롱쇼트는 희극이다. 영화감독에게 필요한 건 롱쇼트의 태도일지도 모른다.

 

 

 

JIFF 관객상

 

 

저 달이 차기 전에

Before the Full Moon

서세진(Seo Seh-chin), KOREA,  2009


권력이 노동을 억압할 때 동원되는 것이 ‘타자화’와 ‘분열정치’다. 반공주의를 깊이 내면화한 한국인들은 ‘빨갱이 몰이’에 언제나 무력했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로, 강성노조와 온건노조로 분열되어 노동자가 같은 노동자를 증오하는 형국을 만들어왔다. 7년의 싸움을 이끌어 온 쌍용차 해직자들은 그 희생양의 표상같은 존재들이다. 지난해 말 극적인 노사타협으로 전기를 마련한 그들의 모습을 지금 다시 보는 건 무슨 의미일까. <저 달이 차기 전에>는 2009년 쌍용차 노동자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영화가 말하는 건 그들의 싸움이 얼마나 정당한지가 아니다. 영화의 전술은 그들도 같은 인간이고 노동자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들 노동자들이 복잡한 법률에 호명당하고, 하나의 통계수치로 전락될 때 권력의 타자화가 진행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무비꼴라쥬상 / 관객평론가상

 

 

이파네마 소년

The Boy from Ipanema

김기훈(Kim Kih-Hoon), KOREA,  2010

 

정신분석학은 욕망이 충족되지 않을 때 가치가 있다고 가르친다. 철학자 조르쥬 바타이유는 욕망은 금기되기 때문에 기능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욕망이 충족된다는 건 그 자체로 모순이다. 그래서 멜로영화는 딱 두 가지 종류만 존재한다. 욕망의 대상인 상대를 영원히 잡지 못하거나, 혹은 그(그녀)를 지나쳐버리거나. <이파네마 소년>의 소년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듯하다. 영원히 완성되지 못하는 소년의 사랑. 소년은 사랑의 대상을 취하는 게 아니고, 그녀의 꿈 속에서 살아가기를 기대한다. 그렇게 소년의 사랑은 영원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것이며 욕망의 대상을 비켜가면서 욕망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스타항공상

 

 

얼어붙은 땅

Frozen Land

김태용(Kim Tae-yong), KOREA, 2010


마르크스는 두 계급 간의 투쟁을 역사적 필연으로 봤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것조차도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이다. 현대사회를 설명하는 데 있어선 마르크스의 주장보다 에드문드 버크의 냉소가 더 적절한 거 같다. “거지는 왕을 질투하지 않는다. 자기보다 조금 나은 거지를 시기한다.” 영화는 불법이민브로커와 밀입국 여성의 이야기다. 브로커는 이 여성을 착취해 자기의 삶을 개선하려 하지만, 결국 그녀와 같은 처지로 전락하게 된다.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동토, 한국. 이들에게는 서로 빼앗을 곡식조차 없는 것이다.

 

 

 

한국단편 감독상

 

 

하드보일드 지저스

Hard-boiled Jesus

정영헌(Jung Young-heon), KOREA,  2009

 
이것은 ‘욥’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시골선교를 위해 서울의 기득권을 버리고 내려온 청빈한 목사다. 어느날 봉사활동을 다녀오던 그의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시련은 이제부터다. 봉사활동을 간 줄 알았던 아내는 음주운전 중이었고, 배 속에는 아이가 있었다. 남편인 목사는 아기를 가질 수 없는 불임의 몸이다. 믿었던 모든 것에 배신 당해버린 상황. 목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는 ‘욥’처럼 모든 고난과 배신에도 불구하고 신을 저버리지 않을까.

 

 

 

한국단편 심사위원 특별상

 

수학여행

A Brand New Journey

김희진(Kim Hee-jin), KOREA,  2010

 
병화는 제주도로 가는 수학여행 때문에 들떠있다. 병화의 부모님은 제주도로 가는 수학여행 경비를 대줄 수가 없다. 병화는 녹즙 배달, 전단지 배포, 헌 책 팔기 등을 통해 여행 경비를 마련하고, 여행에서 신을 새 신발도 장만한다. 수학여행에서 할 장기자랑을 위해 열심히 ‘제주도의 푸른 밤’을 연습하기도 한다. 그러나 병화는 결국 여행에 가지 못한다. 여행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루쳐 준다지만, 이 작품을 보면 때로는 가지 못한 여행이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는 거 같다. 그래도 수학여행을 떠나지 못한 아이들끼리 떠나는 여행 같지도 않은 여행은 우리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안아 준다.

 

 

 

넷팩(NETPAC)상

 

 

클래쉬

Clash

페페 디오크노(Pepe Diokno), PHILIPPINES, 2009

 

동심(童心)은 선하지 않다. 아이들은 착해서가 아니라 약해서 보호해야 한다. 경제침체와 실업문제가 심화된 사회. 어른이 어른 구실을 못 하는 사회에서 부각되는 건 청소년 범죄다. 그들은 선하지 않기에 범죄에 이끌리고, 어른의 보호를 받지 못하므로 어둠에 안기게 된다. 청소년 범죄를 다룬 영화가 무엇보다도 한 사회의 총체적 위기를 나타내는 건 이 때문이다. <클래쉬>는 필리핀 사회에 던져진 형제를 통해 필리핀 사회의 어둠을 드러낸다. 교묘하게 편집점을 가리는 유려한 편집은 카메라의 존재를 숨김으로써 이 형제의 이야기가 그저 픽션이 아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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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주국제영화제 공식블로그 JIFF 2016.02.25 14:45

Archiving_Jeonju IFF > 수상한 그들 > 전주국제영화제 열 번째, 그 영예의 주인공들

 

 

 

 

 

 

 

10회 영화제가 열린 2009. 그 해에는 참 많이 죽었다. 미국 팝의 상징 마이클 잭슨이 죽었다. 베트남 전쟁을 멈추는 데 큰 공헌을 한 언론인 월터 크롱카이트도 세상을 떠났다. 전 대통령 노무현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고, 그 영결식에서 눈물을 감추지 못하던 현대사의 거인 김대중이 얼마 안 있어 서거했다. 그리고, 용산의 철거촌에서 여섯 명이 죽었다.

 

훗날 영화는 이들을 부를 것이다. 영화는 죽은 자를 귀환시킨다. 슬라보예 지젝에 의하면 갚지 못한 부채 때문이란다. 예컨대, 제주 4.3사건의 피해자들을 여전히 빨갱이 폭도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 현실에서 영화 <지슬>이 나온 것이다. 이것은 제 시간에 도착한 편지다. 그들이 나타나 완수되지 못한 사명에 대한 부채감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영화는 교훈적일지도 모르겠다.

 

실존 인물이 아니더라도,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죽은 자다. 그들이 실재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스크린에서만 거짓으로 살아있다는 점에서 영화 속 모든 인물은 죽었다. 그러나 이 시체들의 목소리엔 현실이 거울졌다. 무엇보다도 생생할 것이다. 이제 10회 수상작의 인물들을 살펴보자. 거기엔 태어났을 때부터 강요받은 계급질서에 갇힌 아이들, 자본주의의 야만에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사람들, 타자 혐오에 빠진 사회와 거기서 허우적대는 인물들, 미래로 질주하는 개발 시대에 과거를 붙잡고자 몸부림치는 청춘들이 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열 번째 무덤.’ 우리는 이곳에서 어떤 부채감을 느끼게 될지 궁금해진다.

 

 

우석상/넷팩(아시아영화진흥기구)

 

 

 

 

하수구

Imburnal

셰라드 안토니 산체스(Sherad Anthony Sanchez),  PHILIPPINES , 2008

 

구소련의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에게 은 영감의 원천이었다. 그에게 하늘에서 내리는 물인 는 하늘과 지상을 잇고,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와 기다림에 지친 어머니를 잇는 징검다리였다. 그런 반면, <하수구>의 감독 쉐라드 안소니 산체즈가 보여주는 물은 차라리 욕망의 배수구라 부르는 게 적절해 보인다. 필리핀 한 빈민촌의 하수구는 아이들에게 음담폐설을 늘어놓는 공간이며 억압된 성적욕망을 분출하는 공간이다. 더러운 구정물과 빈민촌 아이들의 삶이 조응하며, 아이들이 자기들의 생래적 계급질서 밖으로 탈출하지 못할 것을 예견하는 듯하다.

 

 

JJ-Star

 

 

 

 

 

사람을 찾습니다

Missing Person

이서(Lee Seo), KOREA, 2008

 

우리는 약육강식의 야만과 성공적으로 결별했을까. 이 엄정한 물음에 대해 만족스런 대답을 내놓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우리는 문명화 된 것이 아니라, 야만의 방식을 조금 바꾼 것일지도 모른다. 혹은 더 큰 야만으로 빠져든 것이 아닐까. 홀로코스트 이후 아도르노가, 호르크하이머가, 마르쿠제가 지적하듯 말이다. <사람을 찾습니다>의 인물들은 딱 자기가 가진 권력만큼을 사용하여 약자를 괴롭힌다. 힘은 언제나 약자를 향하고, 착취하며, 노예화한다. ‘노예와 주인의 변증법은 이 도시와는 무관한 일이다. 그 권력의 벡터. 노예가 가진 일말의 힘은 관계를 전복하는 데 쓰이지 않고 다른 노예를 만드는 데 쓰인다.

 

 

 

관객평론가상/CGV 한국장편영화 개봉 지원상

 

 

 

 

 

반두비

Bandhobi

신동일(Shin Dong-il), KOREA, 2009

 

<반두비>응시의 일치에 대한 영화다. 우리가 타자를 볼 때, 당신의 눈빛이 어떤 색을 띠고 있는지 우리 스스로는 모른다. 고등학생 민서는 학교를 밥 먹듯이 빠지고, 용돈을 벌기 위해 매춘을 하는 문제아다. 우연한 계기로 한 외국인 노동자의 떼인 돈을 대신 받아주기로 하면서 한 여고생과 외국인의 우정이 시작된다. 영화의 종국에선 그들의 관계는 우정을 넘어 시선의 일치로 나아간다. 그녀는 한국을 이방인의 눈으로 보는 것을 배운 것이다. 인도음식점에서 손으로 밥을 먹는 민서는의 모습은 타자를 포용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를 일치시키는 제스처와 같다.

 

 

JJ-Star 특별언급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

sogyumo acaciaband's story

민환기(MIN HWAN KI), KOREA, 2009

 

 

영화는 소규모아카시아밴드라는 2인조의 삶을 좇는 다큐멘터리 필름이다. 소규모아카시아밴드는 서정적인 멜로디와 노랫말로 대중들의 귀를 사로잡았지만, 그들의 삶은 그리 서정적이지 않다. 이들은 밴드의 방향, 각 구성원의 위치 등을 두고 팽팽한 긴장 속에서 음악을 해나간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작은 밴드를 꾸리며 멤버가 겪는 경제적 문제나 편견 등을 다룬 것도 아니고, 그들의 음악적 여정을 담은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영화의 초점은 2인 이상이 모여 마음을 맞춰야 하는 밴드의 질료적 특성에 맞춰져 있다. 그리고 아마도 이것이야말로 밴드들이 최초에 겪는 통과의례이자, 앞으로도 대좌해야 하는 문제일 것이다.

 

 

 

 

 

로니를 찾아서

Where is Ronny...

심상국(Sim Sang-kook), KOREA, 2008

 

남자는 로니라는 외국인에게 망신을 당한다. 그는 복수를 위해 생업도 내팽개치고 로니를 찾으러 다닌다. 이때 뚜이라는 이주민 노동자를 만나게 되고, 둘은 함께 로니를 찾으러 다닌다. 그 과정에서 추방당할 위기에 처한 뚜이를 위해 뚜이의 친구이자 보호자까지 자처하고 나서게 된다. 이 남자는 로니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면서, 제노포비아적 언어를 그대로 사용했던 터였다. 남자가 직면한 모순. 이 남자는 외국인 혐오자일까. 오히려 영화는 제노포비아는 그저 타인을 증오하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방인 증오는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다문화 사회에 직면한 한국에서, 이는 가장 효과적인 통합 전략일지도 모른다. 제노포비아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개념을 해체하고 무화하기 때문이다.

 

 

JIFF 최고인기상

 

 

 

 

 

돼지가 있는 교실

School Days with a Pig

마에다 테츠(Maeda Tetsu), JAPAN , 2008

 

 

우리가 언젠가 한번 직면하는 모순. 먹는 동물과 키우는 동물이 따로 있는거냐는 물음. 돼지의 인지능력이 개의 인지능력보다 떨어지는 건 누구나 안다. 여기엔 두 가지의 선택이 있다. 알면서 모른 척 하고 먹거나, 아무것도 먹지 않거나. 대부분은 전자를 택할 것이다. <P짱은 내 친구>는 이러한 모른 체에 정면으로 대결을 거는 영화다. 일본의 한 초등학교 학급에서 돼지를 키운다. 성체가 되면 먹자는 약속을 한 채다. 그러나 자기들이 직접 먹이고 안아줬던 이 돼지를 훗날 먹기란 쉽지 않다. 어른이라고 쉬울까. 이 아이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KT&G상상마당상 - 감독상

 

 

 

 

 

뉴스페이퍼맨-어느 신문지국장의 죽음

The Death of a Newspaperman

김은경(Kim Eun-kyung), KOREA, 2008

 

한 메이저 신문의 신문지국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거의 노예계약에 가까운 조건 때문에 빚이 산더미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예계약은 유수 언론들이 침 튀기게 비판하는 이다. 이들은 자기 발 밑을 보지 못한다. 기자들이 모순적 인간이기 때문일까. 아니다. 기자들은 언론사의 경영에 신경쓰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 일만 한다. 사명감에 들뜬 채로. 그러니까 자기가 비판하는 일을 그 스스로 하고 있는 현실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단 관료주의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한나 아렌트가 나치의 아이히만을 보고 악의 평범성을 봤다면 에리히 프롬이 나치의 아이히만을 가리켜 관료주의적 인간의 문제를 제기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영화는 신문의 구독률이 더 떨어지면서 앞으로 거대 신문재벌의 전횡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면서 어두운 전망을 제시한다.

 

 

KT&G상상마당상 - 심사위원 특별상

 

 

 

 

 

 

유랑시대

The Strange Voyage

김보라(Kim Bo-ra), KOREA, 2008

 

 

여기 흘러가는 시간을 박제하고 싶은 두 친구가 있다. 정창과 재희는 오랜 삶의 터전이 재개발 지역이 되면서 삶의 변화를 맞게 된다. 정창의 다른 친구는 재개발 열풍에 편승하여 보상을 노리기도 한다. 반면 정창과 재희는 거기에 순응하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에 저항하기 위한 제스처를 계속한다. 그러나 이들의 몸짓은 참을수 없이 가벼워 허공에 흩어진다. 탁구공으로 벽을 치거나 철 지난 유행가에 춤을 추는 것은 사라져가는 것들을 붙잡기엔 너무나 무기력하다. 결국 시간은 흘러가고 과거의 것은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진다. 영화는 결국 그 앞에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인간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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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주국제영화제 공식블로그 JIFF 2016.02.23 16:02

Archiving_Jeonju IFF > 수상한 그들 > 전주국제영화제 아홉 번째, 그 영예의 주인공들

 

 

 

 

 

 

20089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렸다. 그 해 수상작엔 유난히 한국영화가 많았다. 우석상을 수상한 <도둑 맞은 남자>를 제외하면, 모두 한국 감독의 작품이다. 그리고 그 해, 한국은 10년 만에 정권이 교체됐다. 이때 기립박수를 치던 이들은 종종 이전 정권을 가리켜 잃어버린 10이라고 부르곤 했다. 채워야만 하는 두 개의 괄호. 여기엔 주어와 목적어가 없다. 누가, 무엇을 10년 동안 잃어버렸을까.

 

그 말의 주인을 찾아 물으면, 아마 주어는 한국인일 것이고 목적어는 번영쯤으로 대답할 것 같다. 그러니까 잃어버린 10은 누군가가 한국인을 대표해서 한 말이다. 이때 의미는 점점 활자의 미궁으로 침잠한다. 일종의 자유간접화법이라고 해야 할까. 진짜 발화자인 한국인과 서술자인 정치인은 여기서 하나가 된다. 정치인은 대의제에서 국민을 대표할 수 있으니까? 누군가는 동의할 것이고, 누군가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대의자도 전체 주권자를 대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10에 동의하는 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권력자들이 종종 전체를 참칭한다는 것이다. “국민이 분노하고 있습니다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전체를 괄호처리하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민족, 세계, 국민, 그리고 한국인. ‘자신이 곧 전체라는 성찰 없는 민주주의. 영화의 윤리가 작동해야 하는 부분이 이곳이다. 위안부 피해자 송신도 할머니가 고통받을 때 영화가 이 고통을 전체 국민의 것으로 치환하는 건 아니다. <기차를 세워 주세요>의 주인공들도, <전병 파는 여인>의 인물들 등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이 영화들은 정치의 심미화를 철저히 피해가면서 현실을 재현하려고 애쓴다. 그러니까, 9회 수상작들은 당신이 한국을 좀 더 자유롭게 지켜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우석상

 

 

 

 

도둑 맞은 남자

The Stolen Man

마티아스 피녜이로(Matias PIÑEIRO), ARGENTINA, 2007

 

이것은 아르헨티나 청춘남녀의 이야기다. 동시에 영화는 오늘날 예술적 진정성은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다. 아르헨티나의 젊은 다섯 남녀는 한 고전 소설의 챕터와 함께 움직인다. 그들은 종종 책을 인용하고, 책 속의 공간을 통과한다. 그러나, 그들이 후경으로 삼는 도서관, 대학, 박물관 등은 그들이 인용하듯 고고한 장소가 아니다. 그곳들은 연애의 장소이고 누군가가 도둑질을 하는 장소이며, 젊은남녀가 하찮은 일상을 영유하는 공간이다. 모더니티를 타의로 통과하고, 포스트모던을 지상의 양식으로 삼지 못한 낀 세대. 1982년생인 감독은 그들 중 하나로서 자기 세대의 진정성을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JJ-Star/관객평론가상

 

 

 

 

 

낮술

Daytime Drinking

노영석(Noh Young-seok), KOREA , 2008

 

 

대개 홀로여행을 채우는 건 환상의 밤실망의 낮이다. 밤마다 혹여나 만날 귀인을 찾기 위해 여행지를 배회하지만, 만날 수 있는 건 백 년전과 마찬가지로 그저 그 자리에 서있는 유적이거나, 천 년 동안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던 자연이다. 영화 <낮술>은 그러한 환상에 대한 이야기다.

 

 

JJ-Star - 특별언급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My Heart Is not Broken yet

안해룡(Ahn Hae-ryong), JAPAN, KOREA, 2007

 

 

영화는 재일 위안부 피해자 송신도 할머니의 이야기다. 영화는 송신도 할머니와 재일 위안부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이 함께 일본 정부에게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싸움을 그리고 있다. 비록 재판은 졌지만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송신도 할머니. 그 굳건한 마음을 지탱하는 건 지원모임의 계집애들이다. 영화가 일본정부와의 투쟁 못지않게 초점을 맞추는 건 이 공동체의 관계다.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가 개봉하고 약 10년이 흘렀다. 2016, 정부는 일본 정부와 불가역적인 위안부 문제 해결을 합의했다. 그렇게 굳건하던 송신도 할머니의 마음을 다시 묻는다면 어떨까. 누가 할머니들의 마음을 흔드는가.

 

 

JIFF 최고인기상/CGV 한국장편영화 개봉 지원상

 

 

 

 

 

 

우린 액션배우다

Action Boys

정병길(Jung Byoung-gil), KOREA, 2008

 

 

영화의 만신전에서 액션영화배우가 보기 드물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모순적이다. 영화는 활동사진이고, 그것의 활력을 가장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게 액션영화여서다. 다큐멘터리 <우린 액션 배우다>는 액션배우가 되겠다는 일념하에 서울액션스쿨에 입교한 8명의 이야기다. 각기 다른 배경과 계획을 가졌지만 액션배우가 되겠다는 꿈은 같은 8. 이들이 얼굴 없는 스턴트 맨이라는 이유로 영화는 그들을 처연하게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디지털 기술의 공격을 육체만으로 맞서내는 이들이며, 활동사진의 활력과 속도를 온 몸으로 육화시키는 배우들이라는 점을 그려낸다.

 

 

KT&G상상마당상 - 최우수작품상

 

 

 

 

기차를 세워주세요

Please, Stop the Train

한지혜(Han Ji-hye), KOREA , 2008

 

 

달리는 기차를 멈출 수 있는건 승객이 아니다. 기차는 브레이크 없이 속절없이 질주해야만 하는 우리내 삶이다. 기차를 세워달라는 요청은 기차에 탑승하기 위한 승객의 발화가 아니다. 그건 기차 내부에서 알 수 없는 목적지로 달려가야만 하는 승객들의 목소리다. 학교를 자퇴하고 이라크로 봉사활동을 떠나려는 정 연, 돈도 없고 일도 없이 방황하다 어느 날 커밍아웃한 정민, 불법 이주노동자인 세르게이, 외모는 동양인이지만 프랑스 출신인 짐. 국적도, 언어도, 성정체성도 다른 이들은 어느 거리에서 만나 무작정 바다로 떠난다.

 

 

 

KT&G상상마당상 - 감독상

 

 

 

 

전병 파는 여인

Senbei Selling Girl

김동명(Kim Dong-myung), KOREA, 2007

 

 

영화는 도착적 관계와 불공정한 규칙이 지배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알레고리다. 다리를 묶인 채 전병을 파는 순이는 남자들을 유혹해 자기 집으로 데려가려 한다. 집에 있는 한 남자의 몸을 완성하기 위해 다른 남자들의 몸을 훔치는 것이다. 남자의 몸이 완성되야만 순이도 족쇄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다. 순이는 타인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남의 것을 훔친다. 그것만이 구원으로 이르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대상-원인에 다가가면 욕망은 충족될 수 있을까. ‘있는 놈이 더 한게 자본주의 사회의 속성 아니었던가. 순이가 남자의 몸을 완성시킨다고 해서 자유를 얻을지는 불분명한 일이다.

 

 

 

KT&G상상마당상 - 심사위원 특별상

 

 

 

 

 

아이들

Boys

윤성현(Yoon Sung-hyun), KOREA,  2008

 

 

<파수꾼>으로 인상깊은 장편 데뷔작을 선보였던 윤성현 감독의 단편이다. <아이들>은 그것의 원형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대개 소년영화하면 일본영화를 떠올린다. <파수꾼>은 한국식 소년영화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그러니까 일본의 소년들이 혼란스러운 감정을 품고 자기 파괴로 나아갔다면, 한국의 소년들의 방어기제는 정반대다. 자기 분신과도 같은 친구들을 괴롭히면서 혼란을 정리해간다. 그러한 <파수꾼>의 아이들이 <아이들>에도 있으며, 두 영화를 함께 본다는 건 윤성현 감독이 만들어내는 청춘의 소우주에 들어가는 지름길이다.

 

 

 

KT&G 상상마당 - 감독 특별언급

 

 

 

 

십우도4-득우, 두 모과

The Oxherding Pictures #4 "Catching the ox-Two Chinese quinces"

이지상(Lee Ji-sang),  KOREA , 2007

 

눈이 소복이 쌓인 시골 나무에 달려있는 황금빛 두 모과. 한 모과는 도시로 갔고, 다른 한모과는 시골에 남았다. 도시로 간 모과는 칠일 만에 다 썩어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시골에 남은 모과는 두 달이 지나도록 제 빛을 자랑하다 땅으로 돌아갔다. 자연과 환경에 관한 연작인 이지상 감독의 <십우도4-득우, 두 모과>는 셀프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요소가 자연스럽게 결합되어 있다.

 

 

 

넷팩(아시아영화진흥기구)

 

 

 

 

 

신의 아이들

Children of God

이승준(Yi Seung-Jun), KOREA, NEPAL, 2008

 

어른은 죽고, 아이들은 살아간다. 생의 순환이란 것이 원래 그런 것이다. 그러나 이곳 네팔 퍼슈퍼띠낫에 있는 성스러운 강 바그머띠에서 일어나는 일은 그리 성스럽지 않다. 유명한 인도의 갠지스 강처럼 이곳 강에서도 사람은 시신을 화장하고 강물에 떠나보낸다. 아이들은 떠내려오는 시신에서 돈 등을 얻으려고 강물에 뛰어든다. 누구보다도 생의 가까워야 하는 아이들은 죽음과 직접 대면함으로써 생명을 가까스로 유지하고, 강가 한 편에선 여인들이 아이를 가지게 해달라고 기도를 한다. 다시, 이곳에서 생의 순환은 말처럼 그리 아름답지 않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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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주국제영화제 공식블로그 JIFF 2016.02.23 15:07

 Archiving_Jeonju IFF > 수상한 그들 > 전주국제영화제 여덟 번째, 그 영예의 주인공들

 

 

 

 

 

 

 

20073월이었다. 8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기 약 한 달 전의 일이다. 한 재벌 회장이 조폭을 동원해 자기 자식을 때린 이들을 산으로 끌고 가 폭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이 사건을 두고 두 개의 여론이 부딪혔다. 그러니까 이 사건은 근자에 있었던 땅콩회항사건과는 다르게 전개된 것이다. 보복폭행 사건이 비단 재벌 회장의 비행(卑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아들에 대한 복수였다는 사실. 바로 가족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재벌 회장의 행동을 비호했다. 아들이 맞고 돌아왔는데 그 정돈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유명인들도 가세했다. 그 중엔 최근 채널만 돌리면 나오는 유명 연예인도 있고, 저명한 보수논객도 있었다.

 

아시아에서, 특히 한국에서 가족주의는 무엇보다도 뜨겁고 논쟁적인 이데올로기다. 싱가폴의 국부리콴유는 동아시아의 민주주의는 가족주의에 기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각과도 일맹상통했다. 이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리콴유의 주장을 두고 민주주의를 억압하기 위해 정당화 작업을 벌이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가족주의는 아시아만의 특성인가, 그것은 옳은 것인가 틀린 것인가. 우리는 어디까지 가족을 긍정해야 하는가. 가족이 지극히 양가적인 것임은 틀림없다.

 

8회 수상작들 중엔 유난히 가족을 다룬 영화가 많았다. 각 영화들의 주인공들은 아버지, 어머니, , 아들 혹은 어머니이자 딸이거나 아버지이면서 형이다. 주인공을 곤경에 빠드리는 건 다름 아닌 가족의 일원들이다. 8회 수상작들은 가족주의에 대한 각각의 성찰의 결과다. 그리고 이것이 무엇보다도 한국적이라는 사실이, 우리에게 수상작들로 이끌 것이다.

 

 

우석상

 

 

다른 반쪽

The Other Half

량(Ying Liang), CHINA, 2006

 

<다른 반쪽>은 동시대 중국사회에 대한 보고서다. 법률회사의 서기로 일하는 주인공을 내세워 법률회사에 찾아온 고객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통해 중국사회의 현실을 그려낸다. 하나의 사연을 파고들어 중국의 현위치를 환기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사연을 병렬배열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주제를 깊이 천착하는 지아 장커와는 다르다. 그러나 주인공의 남자친구가 사기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스스로 법률회사를 찾아온 고객의 자리에 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남의 이야기처럼 이야기할 때, 그리고 실제 뉴스 화면과 영화 속 화면을 나란히 배치하며 영화 속 인물들이 실제 일어난 화학공장의 폭발사건을 겪게 될 때, 영화는 현실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을 넘어 영화 속 현실과 실제 현실을 뒤섞는다.

 

 

우석상 - 특별언급

 

 

 

 

나의 아버지

Salty Air

알레산드로 안젤리니(Alessandro Angelini), ITALY,  2006

 

아버지와 아들. 차라리 숙명이라 부를 만한 관계. 아버지는 아들에게 평생의 부채감을 가지고 산다. 아들은 아버지를 증오하지만 부정(父情)을 부정(否定)하기란 쉽지 않다. 아버지는 죽고 아버지의 부채감은 아들에게 고스란히 이전된다. 어쩌면 저주라고 부를 만한 사이. <나의 아버지>는 그런 이야기다. 교도소 교화원으로 일하는 파비오는 한 60대 죄수를 만나게 되고, 그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가족을 저버린 살인자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증오하지만 부정할 순 없는 아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가족의 감정은 유려한 연출로 그려졌으며, 그러면서도 빠른 템포의 과감한 편집으로 관객의 감정 개입을 최소화한다. 감독은 그러면서 사태에 직면한 가족의 감정을 그만의 방식으로 정직하게 그려낸다.

 

 

JJ-Star

 

 

 

허스

HERs

김정중(Kim Jeong-jung), KOREA , 2007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역설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발이 빠른 아킬레스가 발이 느린 거북이를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역설. 거북이를 뒤쫓는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추월하려면 거북이의 출발점을 아킬레스가 도달해야만 하는데, 그 순간 거북이는 조금이나마 출발점을 지나있다. 서로의 거리는 좁혀지지만 아킬레스는 영영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 어쩌면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 역설. 그러나 꿈과 이상을 이토록 잘 표현한 언술도 없을 것이다. 우리의 꿈과 이상은 영영 도달할 수 없는 것이기에 꿈과 이상이다. <허스>는 그 비애를 그린 영화다. 끊임없이 다른 장소에서 꿈과 이상을 좇는 여자들은 벼락처럼 떨어지는 현실에 의해, 세계의 부조리에 의해 끊임없이 좌절한다. 결국 그들이 얻는 유일한 성취는 손에 쥘 수 없는 꿈과 이상의 환영이다.

 

 

 

관객평론가상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

Who's That Knocking at My Door?

양해훈(Yang Hea-hoon), KOREA, 2007

 

 

인생은 좌절과 실패의 연속이라지만, 청춘의 좌절이 다른 점은 실패를 통해 도약하는 폭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점이다. 과거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제휘는 꿈도 미래도 없이 집에 틀어박혀 채팅만 하는 외톨이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 자기에 폭력을 휘두르던 동창 를 만나게 된다. 오랜만에 만난 표는 반성은커녕, 과거 제휘를 대하듯 또 다시 모욕을 준다. 이에 제휘는 복수를 다짐하고, 인터넷에서 만난 한 남자에게 그 복수를 부탁한다. 물론, 그 복수는 제휘가 기대하듯 흘러가진 않는다. 제휘는 복수극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게 되고, 이야기는 파국으로 치달으려는 순간, 제휘는 도약한다. 꿈에서만 그리던 순간이동.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는 청춘의 도약을 담은 영화다.

 

 

JIFF 최고인기상

 

 

 

 

집시 카라반 이야기

When the Road BendsTales of a Gypsy Caravan

자스민 델랄(Jasmine Dellal), USA , 2006

 

 

인류의 역사에서 약자악인의 표지를 다는 건 종종 일어난 일이었다. 약자는 정치적 권리를 박탈당하고, 경제적 토대를 상실하고, 교육의 기회를 잃어버렸으며 끝내는 우생학으로 인한 말소대상이 되기도 했다. 홀로코스트는 독일의 패전으로 끝났지만, 2, 3의 홀로코스트는 여전히 전지구적 사태이며, 현재진행형이다. 인도에서 기원해 수백년에 걸쳐 국적 없이 유럽전역을 떠도는 집시들이 처한 억압은 여전히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들은 침략전쟁을 벌이지도, 점령군이 된 적도 없었지만, 사탄과 마녀로 치부되며 온갖 차별과 멸시를 당해왔다. <집시 카라반 이야기>는 집시 밴드가 6주 동안 미국을 여행하며 연주 공연을 하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그들의 음악을 통해, 우리는 수백년 동안 법의 테두리 밖에서 벌거벗은 생명으로 생을 유지해왔던 그들의 피맺힌 절규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KT&G상상마당상 - 최우수작품상

 

 

 

 

 

성북항

Seongbuk Port

신민재(Shin Min-jae), KOREA , 2007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부조리를 악으로 몰아세우기보단 사회적 성찰을 통해 그려낸다. 그건 영화감독의 윤리일 것이다. 영화가 현실을 재현할 때, 모든 사회적 맥락을 의도적으로 퇴거시키는 것은 영화를 프로파간다로 삼는 이들이 취하는 태도다. <성북항>의 주인공 인배는 용역깡패다. 그러나 그의 삶은 누구못지 않게 고단하다. 병든 아버지와, 살림을 도맡은 병약한 할머니. 인배는 병든 할머니를 위해 세탁기를 사고, 고기를 사서 가족에게 먹인다. 그것이 인배에겐 크나큰 행복이다. 그런 그의 행복도 아버지와 할머니를 떠나보내며 끝을 맺게 된다. 크나큰 상실 이후, 외항선을 타기 위해 혼자 항구에 서 있는 인배의 모습을 보며, 그를 욕하기란 누구에게도 쉽지 않다.

 

 

 

KT&G상상마당상 - 감독상

 

 

 

승아

Seung-a

김나영(Kim Na-young), KOREA , 2007

 

지고 있는 짐이 너무나 큰 이에게는 도움의 손길을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다. 누군가의 다정함은 무력한 자신의 모습을 환기시킬 뿐이며, 사랑은 사치처럼 느껴진다. 갓 태어난 자신의 아기를 키우고, 전 애인과 친아버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친구에게 진 빚을 갚아나가야 하는 승아에게 동거남 원규는 사치일 뿐이다. 승아는 끝내 원규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혼자 길을 떠난다. 종종 클로즈 업되는 승아의 무력감 가득한 얼굴은 그 자체로 영화를 구성하는 리듬이 된다.

 

 

 

KT&G상상마당상 - 심사위원 특별상

 

 

 

피는 멈추지 않는다

Blood Simple

김승현(Kim Seung-hyun), KOREA , 2007

 

전제의 자리이자, 책임의 자리인 아버지의 자리는 그 자체로 무거운 것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의도치 않게 아버지의 역할을 하고 있는 연호는 그 무거운 자리를 떠 맡은 인물이다. 시집 간 후 줄곧 남편과 문제를 일으키던 여동생 미자는 어느 날 자기 아이를 연호에 떠맡기고 사라진다. 게다가 함께 살던 남동생까지 점점 형에게 반항을 하는가 싶더니, 독립선언을 해버린다. 가족 문제로 폭발할 것 같은 연호. 그 와중에 사라진 여동생은 다방 포주인 중년의 남자와 결혼을 선언한다. 인내의 임계점을 지나친 연호는 동생들과 싸움을 벌인다. 러닝타임 내내 연호의 자리는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동생들은 터지는 불만을 참아가며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한다. 그러나 영화의 결말에서, 감독은 이 가족에게 마지막 남은 수단이 폭력밖에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피는 멈추지 않는다>의 가족은 영화적 과잉의 산물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해체된 가족이다. 영화는 한국의 가족에 대해 물으며, 가족에 대한 어두운 전망을 제시한다.

 

 

 

KT&G 상상마당 - 감독 특별언급

 

 

유년기의 끝

The Whale in the West Sea

김재원(Kim Jae-won), KOREA , 2006

 

우리 삶이 선택의 연속이고, 잘못된 선택으로 미끄러지는 건 다반사 같은 일이라지만 유년기에 직면하는 선택의 순간은 어른의 그것과는 다르다. 아이들이 직면하는 그 순간은 예기치 못하게 직면하는 재난같은 것이며, 참고할 레퍼런스가 없는 무지의 공간이다. 영화 속 두 아이가 통과하는 유년기는 젊음의 빛으로 찬란하게 반사되는 시절이 아니라, 온갖 마이너스 감정으로 점철된 비루한 시간이다.

 

 

 

십분간 휴식

The Ten-minute Break

이성태(Lee Seong-tae), KOREA , 2007


 

 

쉼 없이 이어지는 군대내 가혹행위나, 사병의 자살사건을 보고 가해자-피해자의 문제로 환원하는 건 사태를 지나치게 안일하게 보는 것이다. 그 모두가 병영문화의 피해자기 때문이다. 군인은 그러한 병영문화를 삶의 하부구조로 두고, 그 안에서 일상을 영유한다. 이 이야기는 탈영병을 쫓는 병장과 일병의 이야기다. 이 둘 사이에 오고가는 대화는 그것 자체로 병영문화인간으로서의 군인의 긴장관계를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공포영화의 장르적 개성까지 더해져 제시되는 쫓고 쫓기는 자의 스펙터클은 시사적이다. 피해자가 다른 피해자를 쫓아야 하는 아이러니. 병영문화의 공격은 계급 차별적이지 않다. 그것은 마치 재난처럼, 공평하게 다가온다.

 

 

 

넷팩(아시아영화진흥기구)

 

 

 

 

폭염

Summer Heat

브릴란테 멘도자(Brillante Mendoza), PHILIPPINES, 2006

 

 

영화는 필리핀의 한 중산층 가정의 이야기다. 홀아비 망 루디에게는 세 명의 딸이 있다. 결혼한 막내딸은 마마보이인 남편과, 시댁의 등쌀에 시달리고 있다. 둘째 딸은 무능한 자신의 남편에 만족하지 못하고 외도를 하는 중이다. 이에 충격 받은 아버지는 심장발작을 일으켜 몸져 눕고, 이를 돌봐주는 건 첫째 딸이다. 레즈비언인 첫째 딸은 자신의 성적 기호를 인정하지 않는 아버지에게 멸시와 구박을 받아왔다. 이것은 한 여름 날의 이야기다. 태풍조차 신사의 양복을 벗기지는 못하지만, 뜨거운 태양은 그럴 수 있었다. 영화의 제목인 폭염은 그런 의미다. 이 가족에게 비수처럼 비추는 뜨거운 폭염은 가족의 변화를 필연으로 만든다. 폭염이 지나면, 늦여름. 폭염이 지나간 늦은 여름, 이 가족은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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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주국제영화제 공식블로그 JIFF 2016.02.23 14:46

 

 

 

 

 

프로이트는 영웅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사람들의 잠재의식에 깊이 도사린 이름 모를 콤플렉스가 객관화되어 만들어진 환상이라고 했다. 혹자는 민중이 결정권을 오랫동안 가지지 못한 한국 사회에서 영웅 대망론이 한국인의 사회적 유전자에 깊이 새겨진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했다.

 

7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린 2006,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이 조작되었음이 판명됐다. 같은 해 몇 달전, 누군가는 황우석 박사의 연구를 재개시키라며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줄기세포와 논문 조작은 지극히 과학적 사건이었지만, 그것을 둘러싼 일들은 정치적이고 사회적이었으며 문화적이었다. 한 영웅이 몰락하는 것을 보며, 누군가는 목숨과 맞바꿔서라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개인의 일탈은 아니었다. 국내 유수의 언론들도 저널리즘의 원칙과 맞바꿔서 몰락하는 영웅을 지키려고 했으니까. 그 무엇도 등가교환은 아니었다. 어떤 콤플렉스였을까. 세계의 변방에서, 반주변국가로 강대국의 거수기 노릇만 해왔던 것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초인을 기대하는 한국의 정치문화 때문인가. 그 무엇이든 2006년은 영웅에 대해 곱씹게 만드는 해였다.

 

2006년 제7회 수상작들의 주인공들은 영웅이다. 그러나 전술한 영웅과는 사뭇 다른 일상의, 변방의 영웅들이다. 주어진 삶의 조건 속에서 생을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자신의 윤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도피하며, 도시문명의 대안을 용기있게 제시한다. 누군가는 이방인으로서 삶에 뿌리 내리기 위해 고독을 감내하고, 멸시와 외면의 조건 아래서 자기 존재를 힘차게 선언하기도 한다. 추락하는 영웅을 처연하게 바라봐야 할 때, ‘작은 영웅들을 반추해보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것은 우리의 삶이 영웅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로 옆 이웃들에 의해서 지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것이다.

 

 

 

우석상

 

 

 

방랑자

Drifting States

드니 코테(Denis CÔTÉ), CANADA, 2005

 

크리스티앙은 범죄자지만 악인은 아니다그의 윤리는 법 외부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기약도 없이 병원 침상에서 말 그대로 숨 만 쉬는어머니를 안락사 시킨다. 그것은 자신의 윤리로 결정한 일이지만, 섬세한 영혼들이 대개 그렇듯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게 된다. 불안한 영혼을 달래기 위해 그는 새로운 삶을 찾아 여행길을 떠난다. 이때부터 아름다운 캐나다의 풍광을 담은 로드무비가 시작된다. 여행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통해 영화는 이주와 산업개발같은 퀘벡의 지역적 이슈들을 만화경처럼 보여준다. 특히 영화 중간 중간에 삽입된 퀘벡 지역 주민들의 인터뷰는 안락사나 도시문제에 대한 실제 퀘벡주민들의 생각을 대변한다. 영화는 픽션과 다큐, 로드무비를 넘나들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우석상 - 특별언급

 

 

 

 카트 끄는 남자

Man Push Cart

라민 바흐러니(Ramin Bahrani), IRAN, USA,  2005

 

뉴욕의 새벽. 파키스탄 이민자인 아마드는 작은 카트를 끌며 커피와 베이글을 판다. 한때 그는 히트앨범을 낸 가수지만, 아내의 죽음과 아들의 존재로 그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고단한 삶을 이어가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부유한 파키스탄 출신 사업가를 만나면서 희망이 비추는 듯하다. 사업가는 아마드에게 음반회사를 소개해주기로 약속한 참이다. 고통스럽지만 미래를 응시하는 하루를 보내던 그러던 나날, 자신의 생계수단이었던 카트가 사라진다. 그의 삶은 다시 진창으로 끌어내려진 것이다.

 

 

전장의 미소

Smiling in a War Zone - The Art of Flying to Kabul

마그누스 베즈마(Magnus Bejmar), 시몬느 아버그 캐른(Simone Aaberg Kaern), DENMARK, 2005

 

2001년에 일어난 9.11테러는 여전히 21세기 일어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다. 이후 미국의 네오콘들은 처절한 섬멸에 대한 열정에 사로잡혔고, 누군가는 이를 실재(the real)의 귀환이라며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비판에 더 열을 올렸다. 물론 전자의 압승이었다. 미국엔 애국법이라는 것이 만들어지고, 자유가 자유를 먹이 삼는 세상이 왔다. 개인 비행이 금지되고, 아프가니스탄은 미국의 이 됐다. 영화의 감독이자 주인공인 시몬느는 하늘을 날고 싶어하는 16살 아프가니스탄 소녀의 기사를 접한다. 소녀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시몬느는 아프가니스탄 카불로 목숨을 건 비행을 감행한다. 마침내 시몬느와 소녀가 함께 하늘을 날 때, 9.11 이후 대결주의에 빠진 서방국가와 이슬람 세계의 모습이 얼마나 허망한 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전투기 조종사가 꿈이었던 시몬느는 이 비행을 통해, 전장의 승리가 아닌 휴머니티의 승리를 선언한다.

 

 

 

JJ-Star

 

 

 

북쪽에서온 이야기

Stories from the North

우루퐁 락사사드(Urupong Raksasad), THAILAND, 2005

 

도시문명을 비판하는 영화들 앞에서 냉소자들은 언제나 이렇게 반문한다. “그래서 대안이 뭔데?” <북쪽에서 온 이야기>는 그 대안을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는 농촌 생활에 관한 9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비바람 속에서 씨를 뿌리고 거두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논밭을 가꾸는 농부들의 일상으로부터 낮에는 물고기를 잡고 밤에는 둘러 앉아 귀신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의 하루까지. 영화는 잃어버린 전원사회의 리듬을 되찾아준다. 기계 소음 속에서 잃어버렸던 자연의 소리와, 콘크리트 정글이 발하는 회색빛에 가려진 풀과 흙의 빛깔. 무엇보다도 도시의 속도에 익숙해져버린 우리에게 자연의 느린 속도를 체험시켜준다.

 

 

 

관객평론가상

 

 

 

 

 

쇼킹패밀리

Shocking Family

경순(Kyungsoon), KOREA, 2006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나오는 유명한 말.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 그러나 신의 이름으로 어떤 악행도 정당화하는 종교 근본주의자들을 보면서 철학자들은 이 말을 뒤짚는다. “신이 있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 , 이제 이 말을 한국식으로 바꿔보자. “가족이 있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 생계형 범죄자부터 청문회장에 선 고위 공직자까지, 한국사람이라면 빼놓지 않는 말이 가족을 위해서였다는 말이다. 영화 <쇼킹 패밀리>의 문제의식은 바로 그 가족주의에서 시작된다. 세 주인공은 가족의 구성원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가족주의와 투쟁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영화는 가족의 일원이 아닌 로서 사는 삶은 어디에 있는지 성찰하는 안티-가족(주의) 필름이다.

 

 

JJ-Star - 특별언급

 

 

 

 

뉴욕에서11,000키로미터

11,000km from New York

오즈 샤리포브(Orzu Sharipov), TAJIKISTAN, 2005

 

90년대 타지키스탄 내전 당시 타지키스탄 피난민들은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의 환대를 받는다. 시간이 지나 2001. 미국의 공격으로 아프가니스탄은 전쟁의 불꽃에 휩싸인다.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은 고향을 떠나 타지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강 유역으로 피난을 간다. 이곳에서 아프가니스탄 피난민들과 타지키스탄 주민들은 다시 고통을 공유하게 된다. 6개의 챕터로 나누어진 짧은 다큐멘터리지만, 전쟁의 참화와 휴머니티의 소중함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다.

 

 

 

 

 

하얀 암낙타

White She-Camel,the

자비에 크리스티앵(Xavier Christiaens), BELGIUM, 2006

 

 

긴 시간여행 끝에 지구로 돌아온 남자. 그가 돌아온 지구는 오랜 가뭄으로 바다가 모두 말라버린 황폐한 세상이다. 떠날 때와 같이 텔레비전은 켜있고, 부엌의 모습도, 방의 창문도, 그곳에서 자고 있는 부인의 모습도 그대로 인듯하지만 그에겐 모든 것이 생경하다. 관객들은 불안한 감정 속에서 이방인의 심정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거기엔 발견에 대한 모종의 긴장감이 흐르며, 이를 통해 과거를 되찾고자하는 한 인간의 욕망이 덧칠되어 있다. 되찾으려는 과거는 결국 그가 다시 살아갈 이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질감과 그것이 주는 혼란 속에서 주인공이 유일하게 평온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하얀 암낙타다. 감독 자비에 크리스티앙은 영화를 통해 기억을 되찾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JIFF 최고인기상

 

 

 

비르와 자라

Veer-Zaara

야시 쵸프라(Yash Chopra), INDIA, 2004

 

한국에 인도영화가 많이 개봉하진 않았지만, 인도 영화의 특징은 잘 알려져 있다. 이른바 마살라 영화.’ 인도의 전통 음악극과 멜로, 액션과 같은 대중적인 장르, 춤과 노래가 결합된 발리우드 만의 독특한 장르가 그것이다. <비르와 자라>도 그러한 마살라 영화 중 하나다. 사랑하는 자라의 행복을 위해 비행 대대장 비르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22년간 옥살이를 한다. 비르의 누명을 풀어주기 위해 한 변호사가 그를 찾아오고, 이때부터 비르와 자라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편, 인도인 비르와 파키스탄인 자라의 결합은 인도 정치의 최대 쟁점인 인도-파키스탄 분쟁을 상기시키는데, 최근 파키스탄 무장단체의 인도테러에도 불구하고 이성의 연합을 펼치며 평화외교 기조를 유지하기로 한 양국의 모습에서 감독의 염원에 그림자만 드리운 건 아님을 새삼 느낄 수 있다.

 

 

 

CGV 한국장편영화 개봉 지원상

 

 

 

사이에서

Between

이창재(Lee Chang-jae), KOREA, 2005

 

무속신앙을 보는 현대 한국인의 태도는 지극히 양가적이다. ‘신 내림을 정신질환으로 보지만, 동시에 외면하진 못하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그들을 이단으로 보지만, 동시에 서구 기독교와 한국의 무속신앙이 융합된 한국식 교회 제의를 불만 없이 따르는 것도 그들이다. 그러나 사실 이런 점은 무속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들 스스로도 자신의 신 내림을 부정하지만, 또 속절없이 따라야 한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무속인들은 오늘도 하루를 살아낸다. 다큐멘터리 <사이에서>는 카메라로 실제 무당들을 좇으며, 그들의 휴머니티에 집중한다. 그들도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인간이라는 것. 동시에 귀신들과 접촉하고 이를 통해 산 자들을 위무하는 무속인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을 모종의 신비감으로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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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주국제영화제 공식블로그 JIFF 2016.02.23 14:25

 

 

 

 

6회 영화제가 열린 2005. 방송사에 길이 남을(?) 해프닝이 있었다.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의 생방송 중 한 인디밴드가 바지를 내리고 하반신을 노출한 채 춤을 춘 것이다. 이는 방송사엔 해프닝이었지만 누군가에겐 실존적 문제였다. 그 행동에 대한 가치판단을 하려는 게 아니다. 문제는 그 결과다. 그 날 이후, 지상파 방송에서 인디밴드를 보기는 어려웠졌다. 더 큰 문제는 스포트라이트 바깥에서 묵묵히 자기 음악을 하던 밴드들이 한 통속으로 묶여 매도당했으며, 편견을 감내해야 했다는 점이다.

 

한 명의 예술가보다 전체 예술가가 중요하다. 하나의 작품보다 다른 작품 모두가 소중하다. 한 명의 예술가, 하나의 작품을 용인하기 위해 산업전체를 희생할 수는 없다. 다수결의 원칙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근본주의적인 성찰은 잠시 접어두자. 오늘날 예술은 살롱에서 귀족들이 즐기는 그들만의 게임이 아니다. 예술은 산업이 됐다. 감히 말하자면, 산업은 창작의 하부구조다. 각 주체들은 산업의 속성과 긴장을 유지하면서 이 토대를 가까스로 유지한다. 영화는 말 할 것도 없을 것이다. 영화는 그 자체로 기술복제시대의 세례이며, 산업의 적자다.

 

단 한편의 영화가 스크린 대다수를 점령하는 시대가 왔다. 인구 5000만 국가에서 한 편의 영화를 천 만명 이상이 본다는 건, 어쩌면 영화담론의 범주를 넘어선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매해 이어지는 이 기묘한 사태 속에서, 작은 영화들이 아사하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단 한 명의 관객을 타는 목마름으로 기다리는 영화들이 있다. 물론, 스크린 대다수를 점령한 영화도 누군가의 창작물이고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그것이 산업과 결탁하여 다른 모든 영화를 변방으로 밀어내고 있다면 그것은 영화가 아니라 반()영화가 된다. 다시, 한 편의 영화보다 다른 영화 모두가 소중하다.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천 만 영화를 무조건적으로 비토하고 싶은 이유다.

 

이런 현실 속에서 6회 수상작들을 돌아보자. 수상 감독들의 이름을 원래 알고 있던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다. 최소한 한국의 대중들에게 그들의 이름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러한 변방의 작가들의 작품을 지지하며, 전주영화제는 2005년에도 하나의 방어진지를 구축했다. 영화팬이라는 상상의 공동체.’ 6회 수상작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에서 동지의 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석상

 

 추수기

Harvest Time

마리나 라즈베즈 (Marina Razbezkhina), 러시아 , 2004  

 

1950년 스탈린 치하의 러시아. 안토니나는 전쟁에서 불구가 돼 돌아온 남편을 대신해 집단 농장에서 트랙터 운전사로 성실히 일한다. 소비에트는 그녀의 노력을 인정해 그녀를 최우수 트랙터 운전사로 선정한다. 그 대가로 안토니나가 받는 게 붉은 기. 처음엔 아름다웠던 붉은 벨벳으로 된 기는 쥐들 때문에 점점 망가져가고 기를 지키기 위한 가족들의 노력은 점점 강도가 높아진다. 국가가 수여한 깃발을 망가뜨렸다는 혐의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로부터 3년 후 스탈린이 죽고 새로운 러시아가 열린다. 붉은 기는 새로운 시대에 무엇을 의미하는가. 레닌과 스탈린 시절을 거쳐 러시아를 지배해왔던 공산주의 유토피아에 대한 꿈. 영화는 그러한 대타자에 총화된 인간들의 시대를 조명한다.

 

 

우석상 - 특별언급

 

 

 

 

, 클라우디아

I, Cluida

크리스 에이브러햄(Chris Abraham), 캐나다,  2004 

 

감독인 크리스틴 톰슨은 캐나다 출신의 배우이자, 극작가다. <, 클라우디아>는 톰슨의 성공적이었던 연극 작품 중 하나를 영화로 옮겨온 것이다. 톰슨은 영화에서 가면을 쓰고 일인 다역을 소화한다.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받은 클라우디아부터, 건물 수위, 새로운 사랑에 빠진 아버지까지. 영화는 12살 사춘기 소녀 클라우디아가 부모의 이혼으로 겪는 혼란과 상처를 이야기한다.

 

 

JJ-Star

 

 

 

체코 드림

Czech Dream

비트 클류삭(Vít Klusák), 체코,  2004

 

2011년 벌어진 영국폭동은 다소 이상한 사건이다. 이 집회는 특정 계층이 주도하지도 않았고, 아무런 정치적 구호도 등장하지 않았다. 그저 약탈이 있었을 뿐이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이것이 오늘날의 소요라고 말했다. 그저 소비욕구에 추동되는 것. 이것이 폭동의 정체였다. 영화 <체코드림>은 이러한 소비자본주의에 대한 도발적인 도전이다. 감독은 프라하의 전 시민을 상대로 매우 저렴한 가격에 최고의 상품을 살 수 있다는 허구의 마켓이 있다는 광고를 뿌린다. 프라하의 시민들은 물론 그것에 속았고 감독은 그 시민들의 모습을 찍는다. 소비욕구가 좌절당하자 생기는 허탈감, 실망감, 혹은 분노. 이때 우리 시선의 벡터는 스스로를 향한다. 그것이 실로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옥시하이드

Oxhide

리우 지아 인(Liu Jia-yin), CHINA , 2004

 

23개의 쇼트. 카메라는 운동하지 않는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피사체를 찍어낼 뿐이다. 여기엔 조명이나 음향효과도 없다. 게다가 사건도 없다. 계보적으로 이 영화는 뤼미에르 형제에게 가까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카메라를 우두커니 세워놓고 활동 사진을 담아낸다. 아름다운 장면은 우연이 만들어낼 것이다. 그런데 영화 속 인물들의 삶의 토대는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기차 소음이 끊이지 않는 집, 대낮에도 햇빛 한 점 비치지 않는 방. 소가죽 가방을 팔아 연명하는 이들의 삶은 결코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영화의 후반부, 모두가 잠든 사이 시계는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이들을 담은 활동사진은 아름다움을 찍은 것은 아니지만, 그 결과물은 일종의 숭고함을 간직하고 있다. ‘()’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관객평론가상

 

 

 

 

진실의 문

The Gate of Truth

김희철, KOREA,  2004 

 

한국사를 한 단어로 규정한다면 무어라 할 수 있을까. 독재와 병영문화를 통과해온 역사. 어쩌면 의문사의 역사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군대에서의 의문사는 여전히 벌어지는 일이다. 1998JSA에서 벌어진 김훈 중위의 자살 사건도 그중 하나다. 물론 공식적으로 이는 의문사는 아니다. 군사법부는 이를 자살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독은 유족에겐 현재진행형인 사건을 다시 파헤친다. 이 과정에서 군대의 경직성이 수사를 어떻게 방해했고, 그것이 얼마나 허술하게 진행됐는지를 보여준다. 문득문득 삽입되는 의장대의 사열연습장면은 김 중위의 사건이 군인 모두에게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JIFF 최고인기상

 

버터플라이

The Butterfly

필립 뭘(Philippe Muyl), FRANCE , 2002

 

<버터플라이>는 노신사와 8살 꼬마아이의 우정 이야기다. 죽은 아들이 좋아했던 나비 이사벨을 찾으려고 길을 떠나려는 노인의 앞에 8살 꼬마아이가 나타나 자기를 데려가 달라고 조른다. 어쩔 수 없이 길을 떠나는 두 명. 꼬마아이의 어머니는 자기 아이가 유괴되었다고 생각하고 경찰에 신고를 한다. 노인과 아이의 끊임없는 질문과 답변은 그들의 세대차를 드러내는 게 아니라 각자 다른 세계에서 사는 평등한 주체를 보여주듯 묘사한다. 그리고 그들이 결국 찾는 각자의 이사벨’. 사랑하는 이의 부재 속에서 고립된 두 명이 달걀껍질을 깨고 나갈 때, 관객은 감동과 여운에 한동안 젖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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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주국제영화제 공식블로그 JIFF 2016.02.22 21:06

 Archiving_Jeonju IFF > 수상한 그들 > 전주국제영화제 다섯 번째, 그 영예의 주인공들

 

 

 

 

 

 

 

5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린 2004. 한국인에게 집단적 트라우마를 심어줄 만한 일이 벌어졌다. 이라크에서 사업을 하던 한국인 김선일 씨가 현지의 무장단체에게 참수당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진 않는다. 김선일 씨의 참수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이 영상은 노모(노 모자이크)’라는 꼬리표까지 달려 인터넷의 각종 커뮤니티에서 공유되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 사건은 끔찍할 뿐 아니라, 외설적이기도 하다. 실제 폭력을 담은 스너프 필름이 포르노그래피의 한 종류로 분류되는 세상에서 놀라운 일도 아니다.

 

김선일 피살 사건이 일어나기 약 한 달 전에 막을 내린 5회 전주영화제의 수상작의 공통 키워드는 다큐멘터리. 수상작 모두는 다큐멘터리거나, 다큐멘터리적인 일상성과 담담한 묘사 등을 특징으로 한다. 우리는 5회 전주영화제의 수상작들을 통해 실제상황을 윤리적으로 전유할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약 한 달 후, 김선일 씨 사건을 통해 다큐멘터리의 외설성과 스펙터클을 끔찍한 방식으로 체험했다. 우리는 이것을 통해 무엇을 배웠을까. 5회 수상작들은 우리를 2004년으로 다시 데려다 놓고 물을 것이다. 당신이 느낀 게 혹시 배덕감의 달콤함은 아니었냐고.

 

 

우석상

 

 

 

두 생각 사이의 침묵

Silence between two thoughts

바박 파야미(Babak Payami), 이란, 2003

 

이란의 어느 마을. 마을의 촌장은 여자가 숫처녀로 처형되면 천국에 간다고 믿는다. 그는 사형집행인에게 한 여성과 결혼해 처녀막을 없앤 후 사형을 집행하라고 명령한다. 사형집행인은 그 요구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사나이는 갈등한다. 이 극적인 이야기와 달리, 영화는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인상을 줄 것이다. 영화에 사용된 음악은 현장음과 전통음악 외에는 거의 없고, 배우와 현 주민이 구별이 어려울만큼 영화는 사실주의 계보에 기울어 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단순한 픽션 영화가 아니다. ‘아시아 여성으로 산다는 것을 밀착 취재한 하나의 르포르타주다.

 

 

우석상 특별언급

 

 

 

 

Min

호 유항(Ho Yu-hang), 말레이시아, 2003

 

중국여성 은 어린 시절 말레이시아 가족에게 입양됐다. 어느 날, 민은 그녀의 생모를 만나기로 결심하고 길을 떠난다.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이 여행은, 그녀의 내면세계로의 여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감독은 관객이 민의 내면세계로 깊이 침잠하는 것을 막는다. <>은 브레히트적 영화다. 영화는 일상적인 대사와 침묵, 멀리찍기와 고정 카메라를 통해 민의 정서로의 이입을 막는다.

 

 

JJ-Star

 

 

 

 

스위트 하바나

Suite Havana

페르난도 페레즈(Frenanado Perez), 쿠바, 2003

 

쿠바의 도시, 하바나. 60년대 쿠바의 혁명이 열병처럼 지나간 후, 색채를 잃어버린 도시가 이 하바나다. 카메라는 이 하바나에서 더 좋은 미래를 꿈꾸는 이들을 기록한다. 다운증후군 아들과 살아가는 아버지, 드랙퀸 공연을 하는 남편과 살아가는 아내, 광대 아르바이트를 하는 의사, 발레리노가 되고픈 건설노동자의 사연 등을 담는다. 그러나 <스위트 하바나>에서 다큐멘터리가 가진 전형성을 기대하는 건 실수다. 이 영화는 뮤지컬보다 리드미컬하고, 드라마보다 심금을 울린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은 대사를 읊지 않고, 나레이션과 인터뷰도 없다. 영화는 단지 도시 하바나의 이미지와 쿠바의 아름다운 음악들, 무엇보다도 그곳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생명력 넘치는 소리로 삶을 전달한다. 영화는 다양한 이미지와 소리로 화음을 만들어내는 다성악이다.

 

 

 

JJ-Star 특별언급

 

 

성적종속

Sexual Dependency

로드리고 벨롯(Rodrigo Bellott), 볼리비아/미국, 2003

 

2003. 남미의 볼리비아는 우리에게 미지의 땅이자, 영화적으로도 개간되지 않은 땅으로 보였다. 관객들은 볼리비아를 소금사막의 땅이나, 체게바라가 게릴라 투쟁을 벌였던 곳쯤으로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도 세계 어느나라에나 있을 법한 10대들의 성적 고민에 따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여자 친구를 폭력적으로 소유하려는 마초 청년은 미국으로 건너가 백인 남성들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그는 볼리비아에서는 마초로서 여성을 억압할 수 있었지만, 미국의 백인들에게는 단지 후진국에서 온 외국인일 뿐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성관계를 한 소녀는 임신을 해서 구토를 하고, 늙은 창녀와 성관계를 한 15세 소년은 구토를 한다. 감독은 이 모든 것이 억압적인 성문화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한다. 우리에게 남미국가는 비교적 성적으로 방종한 국가로 알려져있지만, 미셸 푸코가 <성의 역사>에서 지적하듯 억압될수록 방종하고, 방종할수록 억압적인 법이다. 가장 억압적이었던 빅토리아 시대에서 섹슈얼리티가 공작의 날개처럼펼쳐진 것처럼.

 

 

 

JIFF 최고인기상

 

 

 

커피와 담배

Coffee and Cigaret

짐 자무쉬(Jim Jamush), 미국, 2003

 

<커피와 담배>는 짐 자무시가 오랜 세월동안 만들었던 단편을 묶은 영화다. 각 에피소드들은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는 인물들을 담았다. 거기엔 극적인 사건도, 대화도 없다. 그들은 시시한 대화를 주고 받는다. 종종 다투거나 삐치고, 실망하거나 기뻐한다. 현대인의 일상성을 담담하게 담은 이 영화는 마치 캐릭터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영화를 오독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커피와 담배가 놓인 테이블을 중심으로 담기는 그룹 쇼트, 종종 테이블을 담는 버드-아이즈 쇼트들은 마치 이 세계가 커피와 담배 따위만 존재하는 것처럼 묘사한다. 캐릭터만 가득한 영화를 통해 캐릭터 없는 세계를 보여주는 역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엔 냉소와 빈정거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특유의 유머도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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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주국제영화제 공식블로그 JIFF 2016.02.22 20:34

 Archiving_Jeonju IFF > 수상한 그들 > 전주국제영화제 네 번째, 그 영예의 주인공들

 

 

 

 

 

 

 

20021월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는 악의 축을 선언하고 이듬해 2003년 이라크를 공격했다. ‘정의의 전쟁이라크 침공은 현재 그 악명 높은 이슬람 국가(IS)’를 태동시킨 토대가 됐다. 또 다른 악의 축으로 지목받았던 북한. 이후 북한의 계획적인 도발이 줄 지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이 모종의 사태들을 미군의 표현대로 부수적 피해라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무언가를 악으로 규정하는 것이 얼마나 파국적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지 보여주는 사례는 아닐까. 그것이 상대방을 불쾌하게 해서가 아니라, 상대를 고립시켜 모든 소통 가능성을 불식시키기 때문이다.

 

4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수상작들은 고립에 대한 영화들이다. 이란 감독 나세르 라파예는 주류문명에서 고립된 이란의 여성들을 보여준다. 독일 감독 마크 오티커는 유사 디지털 문명의 세례로 유사 이례 가장 연결된현대인들이 사실 가장 고립되었다고 일갈한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는 <스파이더>의 주인공은 사회와 정신분열증 집단으로부터 고립된 인물이라고 말한다. 당신이 고립감을 느끼거나, 고립된 이에 대한 연민을 가진 사람이라면 제4회 수상작들은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우석상

 

 

 

 

입학시험

Exam

나세르 라파예(Nasser Refaie), 이란, 2002

 

우리는 이란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1979년 이슬람 혁명. 시아파의 맹주. 줄곧 미국과 대립해왔던 국가. 그래서 한국과의 국교도 단절된 외부의 세계. 아마도 그 정도였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 오기까진. 2016, 미국이 오랜 이란 봉쇄정책을 철회함으로써 한국 관료들은 공공연히 이란 시장 개척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것으로 된 것일까. 사실 그런 선언은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이란이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입학시험>은 좋은 가이드다. 이야기는 대학입학시험 준비하는 이란의 여성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녀들은 단순한 가부장제의 희생자로 환원되지 않는다. 경비병을 놀려대는 천진난만한 여성, 남편으로부터 도망나온 여성, 아기를 데려온 엄마까지. 이 영화의 명장면 하나를 추천한다면 여성들이 시험을 기다리는 장면이다. 감독은 시험을 기다리는 여자 수험생들의 시간을 고스란히 살림으로써 그녀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스케치한다.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이란에 대해 들여다 볼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JJ-Star

 

 

 

 

기묘한 동거

1/2 the Rent

마크 오티커(Marc Ottiker), 독일, 2002

 

<기묘한 동거>는 도시 유목민의 이야기다. 도시 유목민이라 해서 고급스런 이미지를 떠올려선 곤란하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세계 이곳 저곳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노마드족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주인공 페터는 경찰에 쫓겨다니며 다른 이의 집들에 숨어들며 삶을 연장하는 남자다. 그러나 김기덕의 <빈 집>을 떠올려서도 곤란하다. 페터는 빈 집에서 그 집의 주인들과 교분을 맺어간다. 가령, 작업중인 작가와 시나리오에 대해 토론하거나 치킨을 좋아하는 노동자와 체스를 두는 장면이 이채롭다. 그리고 포스트잇의 메모를 통한 블라인드 러브까지. 이제 그가 해커였다는 사실이 새삼 중요해진다. 인터넷 망을 통해 타인의 공간을 넘나들던 페터는 이제 자신의 몸을 이끌고 직접 타인의 공간에 접촉한다. 이때 우리가 휴머니티를 느낀다면, 영화는 성공한 것이다. 당신의 친구와 스마트 폰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눈을 맞춘 지가 언젠지 생각해 본다면 말이다.

 

 

 

JIFF 최고인기상

 

 

 

 

스파이더

Spider

데이비드 크로넨버그(David Cronenberg), 캐나다, 1998

 

정신질환으로 오랜 기간 병원에 있던 주인공 스파이더가 고향에 돌아온다. 사회로 돌아가기 위한 절차로 지역의 사회 복귀 시설에 머물기 위함이다. 뭔가를 중얼거리며 끊임없이 메모하는 편집증 증세를 보이는 그는 우연히 30년 전 살던 자기 집에 다다르게 된다. 이제, 현실과 과거가 혼란스럽게 교차된다. 배관공이었던 아버지의 외도, 어머니의 죽음, 새어머니를 죽였던 자신의 과거를 회상한다. 우리는 스파이더의 과거가 어디까지 사실인지 알 수 없다. 회상의 주체이자 재현의 당사자인 스파이더가 정신분열증 환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독은 스파이더를 이렇게 소개한다. “스파이더는 다소 인간적인, 보편적인 인물이다.” 스파이더의 재현은 영화의 속성과 묘하게 조응한다. 모든 예술 중에서도 가장 재현에 가까운 게 영화여서다. 감독은 <스파이더>가 현실에 대한 재현을 다룬 영화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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